이상훈 장미숙 선교사의 선교편지
1
주님의 이름으로 문안드립니다.
결실의 계절인 가을이 선뜻 문 앞에 다가온 것이 느껴지는 9월입니다. 여전히 더운 날이 계속되지만, 아침저녁의 선선한 바람은 가을을 증명해 내려는 몸부림 같습니다. 이런 아름다운 계절에 사랑하는 동역자를 생각하며 편지를 쓴다는 것은 삶의 작은 행복입니다. 저희를 위해 잊지 않고 기도해주시는 사랑에 감사를 전합니다.
2
요즘 저는 아침에 일어나 성경을 소리 내어 읽고 있습니다. 소리 내어 읽는 성경통독의 시간은 제 목소리를 통해 전해오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시간입니다. 믿음은 들음에서 난다는 것을 실감하게 만듭니다.
3
히로시마교회를 섬기는 일은 참으로 많은 면에서 저를 낮추며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만듭니다. 성경을 읽으면서 이 교회는 ‘가정교회’와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바울이 보낸 대부분의 편지들은 누군가가 살고 있는 가정교회로 보내진 것들입니다. 히로시마제일교회 역시 우리 열 사람이 사는 가정을 오픈하여 예배하는 가정교회입니다. 평소에는 삶의 터전이지만, 주일에는 예배장소로 변합니다.
4
환희가 여름전도기간을 히로시마제일교회에서 보냈습니다. 한 달 동안 목회를 배우고, 신학생으로서 많은 것을 배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아들로서 집에 사는 것과 신학생으로 파송되어 훈련생으로 사는 것은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매일 사역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환희는 어느새 친구가 되었고, 저희의 귀한 동역자가 되었습니다.
5
9월 25일 주일에는 예배시간에 결혼식이 있습니다. 한국여자청년과 중국청년이 이곳에서 만나 결혼을 합니다. 예배를 같이 드리면서, 예배 안에서 서약하는 방식의 결혼식입니다. 이때 신랑의 믿지 않는 중국친구들이 많이 온다고 합니다. 이를 위해 저희는 전도 집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분들이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그때는 농아인 세 분도 함께 예배를 합니다. 이를 위해 수화통역을 해 주시는 분이 오십니다. 제가 결혼식을 하며 설교와 수화통역을 동시에 하기가 쉽지 않기에 섭외를 했습니다. 이 모든 것은 ‘복음’ 때문입니다.
6
키무라 아키코 상이 폐에 암이 발견되어 수술을 하게 되었습니다. 80이 가까운 연세에 이전에도 암으로 수술을 했던 분이라 큰 염려가 됩니다. 지금은 정밀검사를 받고 난 후,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키코 상에게 주님의 평안이 임하기를 기도해 주세요. 그리고 주님의 기적적인 은혜로 깨끗하게 암이 사라지도록 기도해 주세요.
7
저와 아내는 요즘 홈 스쿨로 하루하루를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거기에다 올해부터 일본홀리네스 중국교구에서 회계를 맡아 더 정신이 없습니다. 커 가는 아이들을 돌보며 지내는 일에는 큰 인내가 필요합니다.
온유는 방학을 맞아 이런 저런 곳을 돌아다니며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기독학생동아리에서 임원을 맡았기에 회의나 수련회에 참석하는 일만해도 거의 집에 붙어 있지 않을 정도입니다.
8
초애 승리 소망이는 키가 부쩍 컸습니다. 소망이는 벌써 엄마 키를 넘겼습니다. 초애 역시 이제는 ‘아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커 버린 느낌입니다. 대신 승리는 아직 유치가 많이 남아 있어 이갈이도 반도 못한 상태입니다.
아이들은 공원에서 놀면서 친구들을 전도해 옵니다. 하지만 여름이 되면서 공원에서 친구들을 좀처럼 만나지 못해 최근 몇 달은 우리 아이들로만 어린이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을 통해 공원에 노는 친구들이 예수님을 믿기를 원합니다.
9
찬송이는 고등학교 2학년이며 학교를 매일 잘 다니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기말고사가 끝났고, 다음 주에는 1학기 방학을 하기에 9월 한 달 여 간은 집에서 보내며 지내게 됩니다. 평화는 이제 중학교 마지막 학년을 보내고 있습니다. 홈 스쿨을 하기에 학교는 가지 않지만, 가끔 시험을 보러 학교에 갑니다. 얼마 전에 평화도 기말고사를 쳤습니다. 남은 중학교의 기간을 잘 보낼 수 있도록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신희는 정말 많이 컸습니다. 이제는 아기 티를 벗고, 어린이가 되었습니다. 매일 신희를 상대해야 하는 저와 아내로서는 큰 부담도 될 때도 있지만, 신희를 통해 얻는 삶의 큰 기쁨은 더 크고 놀랍습니다. 체력적으로 잘 감당할 수 있도록 기도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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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된 아이들이 저를 보고 ‘아빠’라고 부를 때, 저는 가끔 그 말이 믿어지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신희가 저를 보고 ‘아빠’라고 부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무엇이기에 아이들이 나를 보고 그렇게 좋아하며 아빠라고 불러줄까’라고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면서 ‘아빠와 딸 아들처럼 더 가까운 관계가 세상에 어디에 있을까’라고도 생각해 봅니다.
우리와 하나님의 관계가 바로 그렇지 않을까요?
하나님은 우리의 좋은 아버지이십니다.